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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이야기

장사이야기#1 - 영업사원과 사장의 관계

by 이야기 상자 2020.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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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한곳이 있었다.

나는 한달에 한두번 그곳에 납품을 했다.

내가 꽤 오래전 일임에도
그 사장을 확실히 기억하는 이유는

처음 대면하는 순간부터 반말로 나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어이 ㅇㅇ(회사상호)!! 이리로 와봐!

나는 속으로 말했다.
"언제 봤다고 반말이지? 미친거 아닌가 "

나이도 나보다 한두살 많던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아무리 사장이지만 뭐라도 한소리 해야할거 같았다.

하지만 20대때의 나는 그럴만한 용기도 배짱도 없었다.

나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되는 입장이니까.

이런일 한두번 겪는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나란 존재는 자꾸만 작고 보잘것없는

쪽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물건을 팔아야 되니까.

어쨌든 매출을 올리고 목표를 해야되니까.

내가 굽혀야 될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 이후로도 반말이 들릴때 마다 짜증은 났지만

그냥 받아 들였다. 그는 사장이고 나는 영업사원이니까..

나한테 반말을 하는거 보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그냥저냥 참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나름의 이유를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거봐. 다른사람도 다 그냥 참고 일하잖아.'

'사장들이 다 그런건 아니잖아.'

여러가지 상황과 여건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나는 점점 길들여지고 있었다.

사장 아들의 돌잔치에도 가게 되었다.

돌잔치 홍보문자를 세통은 받은거 같다.

알록달록 청첩장은 이렇게 보였다.

'안오면 알지?'

축복받고 행복한 자리에 가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딘가에 축의금을 내면서 이렇게
아까웠던 적도 없었던거 같다.

속마음이 겉으로 다 보여진다면

아마 이 세상은 온전한 정신으로는 살아갈수 없을것이다.

불현듯 이런생각이 들었다.

사장과 영업사원은 서로 돕는 관계이다.

영업사원은 원할히 가게가 돌아갈수 있게 제품을

공급해주고, 사장은 그 공급받은 제품을
다시 소비자에게 판다.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얘기다.

그런데 왜 현실은 서로가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갑질을 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왔는지...

어떤 제품을 나의 필요로 구입하는게

이토록 힘을 주고 으시댈만한 일인지...

이런 고민은 알게모르게 나의 잠재의식 속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겨날때 마다
계속해서 머리 밖으로 뛰쳐나왔다.

여러해 세월이 흘러 지금 나는 사장의 위치에 있다.

별볼일 없는 가게지만...

영업사원에게 단 한번도 반말을 한적이 없다.

서운한건 있어도 그들에게 단 한번도 화를 낸적도 없다.

내 자랑하려고 떠들어 대는건 아니다.

그들에게 서운하거나 요구할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확실하게 얘기하는 편이고

개선 사항이 있거나 불만이 있으면
가감없이 얘기하기도 한다.

단지,내가 말하고 싶은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협력자의 관계지,

뜯어내고 달달 볶을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직도 공공연하게 어디에서든 갑질은 이루어지고 있다.

언론에서 나오는 재벌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오면서 숱하게 보고 느꼈지만

서민,중산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단지 드러나지 않을뿐...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위치와 처지에서 비슷한 갑질을 한다.

내가 당했다고 나도 똑같이 행하면
결국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군대와 비슷하다. 내가 맞았다고 맞은만큼 후임병을 때리면

다시 폭력은 내리내리 지속되게 된다.

나 부터 라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의지가 있다면 어떨까?

나 스스로가 먼저 바뀌면 그 시작이 되는것이다.

시작의 길에 선봉에 내가 선다면
보다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대때 높게만 보였던 많은 사장들에게 바랬던건

매출이나 이익에 관한 부분보다도

따뜻한 말한마디 그리고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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